집사람은 체구가 작은 편입니다. 평균보다 마르고, 식사량도 많지 않아요. 기름진 음식을 즐기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결과지를 보던 의사 선생님도 잠시 갸웃하시더니, 뚜렷한 원인을 짚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약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매일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저는 내내 같은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살이 찌고 많이 먹는 사람의 문제 아니었나?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제가 알고 있던 상식이 절반쯤 어긋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콜레스테롤은 '먹어서'보다 '몸이 만들어서' 생기는 양이 더 많습니다
가장 뜻밖이었던 사실입니다. 을지병원 자료에 따르면 하루 식사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300~500mg 정도인 반면, 몸속에서 합성되는 양은 1,000~1,200mg에 이릅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과 호르몬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라, 먹지 않아도 간이 알아서 만들어 씁니다. 그래서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도 상당수가 몸 안에서 합성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같은 양의 동물성 지방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수치가 오르지 않고, 반대로 엄격하게 저지방 식사를 해도 수치가 잘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상당 부분 유전적으로 정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내처럼 적게 먹는데도 수치가 높은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체중 말고도 수치를 올리는 요인들
서울아산병원 자료를 보면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유전, 나이와 성별, 그리고 당뇨병·갑상선기능저하증·신증후군 같은 질환이나 경구피임약,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이 언급됩니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이 LDL을 낮추고 HDL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 이후 이 호르몬이 줄면서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생활습관과 무관하게 유전자 이상으로 LDL이 올라가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는 질환도 있습니다.
유병률은 대략 500~1,000명당 1명 정도로 추정되며, LDL 콜레스테롤이 190mg/dL 이상일 때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드물지는 않은 셈입니다.
수치가 높으면 무엇이 문제일까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가장 곤란한 점은 그 자체로는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쌓이면 혈관 내경이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생기거나 진행하고, 이는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뇌경색 같은 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입니다. 아프지 않으니 방치하기 쉽고, 그래서 오히려 검사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분류 기준으로는 LDL 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이 적정, 160mg/dL 이상이면 높음, 190mg/dL 이상이면 매우 높음에 해당합니다. 총콜레스테롤은 200mg/dL 미만이 적정이고 240mg/dL 이상이면 매우 높음으로 봅니다. 검사는 9~12시간 공복 후 시행하며, 치료 방침은 서로 다른 시점에 최소 두 번 이상 측정한 결과로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약을 1년 넘게 먹어도 되는 걸까
이것도 오래 품고 있던 걱정이었습니다. 을지병원 설명에 따르면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일정 기간 치료하면 낫는 병이 아니라, 약을 먹는 동안에만 수치가 조절되고 중단하면 1~2개월 안에 원래 농도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질환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수치가 좋아졌다고 스스로 약을 끊는 일은 피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다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간·신장 질환처럼 다른 병 때문에 생긴 경우라면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한다고 하니, 원인을 못 찾았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갑상선기능이나 신장 기능 검사를 해봤는지, 가족 중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를 다음 진료 때 여쭤보는 것도 방법일 듯합니다. 저희도 이번에 아내와 그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남는 생각
마른 몸이 곧 낮은 콜레스테롤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체형만 보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자책할 일도 아니라는 것. 이번에 알게 된 건 그 정도입니다. 원인을 몰라 답답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왜 우리 집사람만"이라는 억울함은 조금 가셨습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고, 이 글은 진단이나 처방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의료기관 자료를 정리한 것일 뿐이니, 검사 수치나 약 복용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정보, 을지병원 건강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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