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한의학 3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운, 증상별 안전한 민간요법

내가 아주 어릴 적, 감기 기운이 돌면 어머니는 병원부터 데려가지 않으셨다. 부엌에서 생강을 저미고 유자청을 뜨거운 물에 풀어 손에 쥐어주시던 그 장면이, 나에겐 감기의 첫 기억이자 치료의 첫 기억이다. 성인이 되어 혼자 살게 된 뒤에도, 목이 붓거나 체해서 끙끙대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전화기 너머로 "무 갈아서 즙 내 먹었냐"고 물으셨다. 지난 글에서 한방(韓方)의 원리를 다뤘으니, 오늘은 그 곁에서 우리 곁을 지켜온 민간요법(홈 레미디)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어머니의 부엌에서 시작된 이 지혜들 대부분이 지금은 현대 의학과 영양학의 언어로 다시 설명된다는 점이다. 생강의 진저롤, 무의 디아스타아제, 소금물의 삼투압처럼 말이다. 옛사람들은 원리를 몰랐어도 경험으로 정답을 알고 있었던 셈..

한방, 한의학 2026.07.21

내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어느 경혈을 짚어야 할까

손등을 눌렀더니 체증이 내려갔다어릴 적, 체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때 할머니는 늘 내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눌러주셨다. 신기하게도 그 자리를 몇 번 주무르고 나면 막혔던 속이 슬슬 풀리곤 했다. 그때는 그저 할머니의 손이 약손이려니 했는데, 나중에야 그 자리에 '합곡'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에 기(氣)와 혈(血)이 흐르는 길이 있고, 그 길목마다 중요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경혈, 흔히 말하는 혈자리다. 어느 경혈이 막히거나 약해지면 그와 연결된 장부와 부위에 이상이 나타난다고 여긴다. 그동안 부모님을 모시고 한의원을 다니며 자주 들었던 혈자리들을, 증상과 함께 정리해봤다.소화가 안 될 때 — 합곡과 족삼리체하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자..

한방, 한의학 2026.07.20

침 맞으러 갔다가 들은 낯선 이름들

몇 년 전 어깨가 굳어 한의원을 찾았을 때, 원장님이 진맥을 마치고 이렇게 물으셨다. "오늘은 일반침으로 하실래요, 아니면 약침도 같이 넣어드릴까요?" 나는 그때 침이 다 같은 침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진료실 한쪽에는 주사기처럼 생긴 도구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봉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침에도 종류가 나뉜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이후로 부모님을 모시고 한의원에 다니면서 이 세 가지 이름을 자주 듣게 됐다. 그런데 막상 "무슨 차이냐"고 물으면 짧게 설명을 듣고 넘어가기 일쑤라, 정확히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정리해두고 싶었다. 나처럼 궁금했던 분들을 위해 하나씩 풀어본다.일반침, 가장 기본이 되는 침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 가느다란 침이 바로 일반침, 정확히는 호침(毫鍼)이다. 스테인리스로 만..

한방, 한의학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