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귀에 물이 들어가면 반드시 면봉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몇 해 전 계곡에 다녀온 날 저녁, 왼쪽 귀가 먹먹해서 면봉으로 깊숙이 몇 번 돌렸습니다. 그 순간엔 시원했습니다. 이틀 뒤에는 베개에 귀가 닿기만 해도 아파서 잠을 못 잤고, 사흘째엔 진물이 났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들은 첫마디가 이랬습니다. "물이 문제가 아니라 면봉이 문제였습니다."
물놀이 후 귀 통증이 생기는 진짜 이유
귀지는 지저분한 노폐물이 아니라 방어막입니다. 약산성을 띠고 있어 세균과 곰팡이가 자라지 못하게 막고, 얇은 기름막으로 외이도 피부를 덮어 물이 스며드는 것을 줄여줍니다.
면봉으로 이 막을 밀어내고 피부에 미세한 상처를 내면, 방어막은 사라지고 균이 들어갈 입구만 남습니다. 여기에 물놀이로 습기가 더해지면 세균이 자리를 잡습니다. 이것이 외이도염, 흔히 말하는 '수영하는 사람의 귀'입니다.
계곡물이나 수영장 물이 특별히 더러워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피부가 벗겨진 상태에서 젖어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 핵심입니다.
외이도염 초기증상, 중이염과 구분하는 법
가장 확실한 구분점은 귓바퀴를 당기거나 귀 앞쪽 돌기를 눌렀을 때 아픈가입니다.
- 외이도염 : 귀를 당기면 아프다, 먹먹함과 가려움이 먼저 온다, 진물이 나기도 한다, 열은 대개 없다
- 중이염 : 귀를 당겨도 통증 변화가 적다, 감기 뒤에 오는 경우가 많다, 열이 동반되기 쉽다
외이도염은 가려움에서 시작해 통증으로 넘어가는 순서를 밟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간지러운데 시원하게 좀 파볼까" 하는 순간이 병을 키우는 분기점이 됩니다.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올바른 대처
- 물이 들어간 쪽 귀를 아래로 향하게 고개를 기울이고, 귓바퀴를 위쪽 뒤로 살짝 당깁니다. 외이도가 펴지면서 물이 잘 흘러나옵니다
- 그 자세로 한쪽 발을 들고 가볍게 콩콩 뜁니다
- 마른 수건으로 귀 입구만 닦습니다. 안쪽으로 밀어 넣지 않습니다
- 그래도 먹먹하면 헤어드라이어를 약한 바람으로, 30센티미터쯤 떨어뜨려 잠깐 말립니다. 뜨거운 바람은 화상 위험이 있으니 피합니다
대부분의 물은 몇 시간 안에 저절로 증발합니다. 조급하게 파내려는 시도가 거의 모든 문제의 시작입니다.
물놀이 후 귀 증상 3단계
1단계, 지켜봐도 되는 상태 먹먹한 느낌만 있고 통증은 없습니다. 소리도 평소처럼 들립니다. 귀를 당겨도 아프지 않습니다. 건조하게 유지하며 하루 정도 경과를 봅니다.
2단계, 진료가 필요한 상태 귀를 당기거나 누울 때 통증이 있습니다. 가려움이 이틀 이상 이어지고 먹먹함이 풀리지 않습니다. 귀에서 맑거나 누런 진물이 조금씩 비칩니다. 이 단계에서 이비인후과에 가시면 대개 약물 치료로 며칠 안에 정리됩니다.
3단계, 미루면 안 되는 상태 통증이 심해 잠을 못 자거나, 귀 주변이 붓고 붉어져 얼굴 쪽까지 번집니다. 38도 이상의 열이 납니다. 피가 섞인 진물이나 고름이 흐릅니다. 소리가 눈에 띄게 안 들리거나 어지럼증이 함께 옵니다.
특히 당뇨가 있는 분, 고령이신 분, 면역이 떨어진 분은 외이도 감염이 주변 조직으로 깊게 번지는 드문 형태로 진행할 수 있어, 2단계 증상만 보여도 빨리 진료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런 경우는 외이도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물놀이와 무관하게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해지고 소리가 줄었다면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통증 없이 청력만 뚝 떨어지는 경우는 발생 초기의 치료가 결과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며칠 지켜보지 마시고 곧바로 이비인후과를 찾으셔야 합니다. "물이 안 빠져서 그렇겠지"라고 넘기는 사이 시기를 놓치는 일이 실제로 많습니다.
다시 겪지 않기 위한 습관
- 면봉, 귀이개, 머리핀을 귀 안에 넣지 않습니다. 귀지는 저절로 밖으로 밀려 나옵니다
- 물놀이 때는 귀마개를 사용하고, 물에서 나오면 바로 고개를 기울여 물을 뺍니다
- 샤워 후에도 귀 입구만 가볍게 닦고 자연 건조시킵니다
- 귀 안에 알코올이나 식초를 스스로 넣는 방법은 권하지 않습니다. 고막에 구멍이 있거나 상처가 있으면 심한 통증과 손상을 부를 수 있습니다
- 귀지가 꽉 막힌 느낌이 든다면 직접 파지 마시고 병원에서 제거받으십시오. 5분이면 끝나는 일입니다
그해 여름 제 귀를 아프게 한 것은 계곡물이 아니라, 시원하다고 몇 번 돌린 면봉이었습니다. 물은 어차피 마르지만, 벗겨진 피부는 저절로 아물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물놀이 후 귀가 먹먹하다면 기준은 하나입니다. 귀를 당겼을 때 아픈가. 아프지 않으면 말리며 기다리시고, 아프면 파지 마시고 병원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귀 안에 무언가를 넣어서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참고 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외이도염 / 귀지
-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외이도 질환 및 돌발성 난청 진료 안내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통증이나 청력 저하가 있을 경우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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