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복판에 콧물이 멈추지 않았다. 재채기가 연달아 나왔고 코가 막혀 밤에 몇 번을 깼다. 여름감기려니 하고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 왔다. 사흘을 먹었는데 그대로였다.
그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이 없었다. 목도 아프지 않았다. 콧물은 계속 물처럼 맑았다. 감기라면 사흘쯤 지나 어딘가 달라져야 하는데 아무 변화가 없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그때까지 여름에 코가 괴로우면 그건 전부 감기이거나 냉방병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냉방병이라는 병명은 사실 없다
찾아보고 놀랐던 것이 이 부분이다. 냉방병은 정식 진단명이 아니다.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자료에서는 냉방병을 특정 질병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여러 질환을 통칭하는 증후군의 일종으로 설명한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병명이 하나라고 믿으면 약도 하나면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종합감기약 한 통이면 해결될 줄 알았다. 원인이 여럿인 것을 하나로 부르다 보니 생긴 착각이었다.
여름에 코가 괴로운 이유는 세 가지다
크게 나누면 이렇다.
첫째는 바이러스 감염, 그러니까 진짜 감기다. 여름에도 감기에 걸린다.
둘째는 실내외 온도 차이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부담이다. 바깥은 33℃인데 실내가 22℃라면 몸이 그 낙차를 계속 조절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두통이나 소화불량, 기침과 콧물 같은 감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셋째가 내 경우였다. 알레르기다. 냉방기 내부는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자라기 좋고, 여름철 실내는 집먼지진드기가 늘어나는 환경이다. 계절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문제였던 것이다.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 어떻게 구별하나
두 가지는 겉으로 닮았지만 뜯어보면 다르다.
감기는 대개 목이 아프면서 시작된다. 열이 나는 경우가 많고, 처음에는 맑던 콧물이 며칠 지나면서 색이 짙어진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면 저절로 잦아든다.
알레르기 비염은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원인 물질에 코 점막이 과민 반응을 일으켜 발작적이고 반복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열은 없다. 그리고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된다.
돌아보니 내 증상은 전부 뒤쪽이었다. 재채기가 한 번에 대여섯 번씩 몰아서 나왔고, 콧물은 열흘이 지나도 맑았고, 열은 한 번도 나지 않았다. 감기약이 들을 리가 없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 때문에 악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두 가지가 겹쳐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으면 이비인후과에서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이런 증상이면 병원부터
세 단계로 나누면 판단이 쉬워진다.
정상 — 일주일 안에 좋아진다. 열이 없거나 미열에 그치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주의 — 2주가 넘게 이어진다. 맑은 콧물과 발작적인 재채기가 반복된다. 매년 같은 시기에 되풀이된다. 이 경우 단순 감기로 보기 어렵다.
병원 — 38℃ 이상의 고열이 지속된다. 콧물이 누렇고 뺨이나 이마 쪽에 통증과 압박감이 있다. 부비동염을 의심해야 한다. 기침이 3주 넘게 이어지거나 숨이 차는 느낌이 있다면 천식 쪽도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고열과 기침, 근육통이 함께 오면서 유난히 심하다면 레지오넬라균 감염 가능성도 있다. 이 균은 냉방기 안에서 잘 자라며,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 주로 문제를 일으킨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알아둘 필요는 있다.
여름 비염, 약보다 환경이 먼저다
내가 사흘치 감기약을 버리고 나서 한 일은 에어컨 필터를 열어본 것이었다. 거기에 답이 있었다.
관리의 핵심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실내외 온도차는 5~6℃ 이내로 두는 것이 좋다. 습도는 50% 안팎이 적당한데, 너무 습하면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가 늘고 너무 건조하면 코 점막이 상한다. 냉방기 필터는 2주에 한 번 정도 씻어내고, 두세 시간마다 환기한다. 찬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방향을 돌려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를 목표로 삼는 병이 아니다. 원인 물질을 피하고 증상을 관리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항히스타민제나 코에 뿌리는 약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건 진단을 받고 나서 정할 일이다. 나처럼 종합감기약부터 사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그해 여름, 나는 사흘치 감기약을 버렸다. 대신 에어컨 필터를 열어 보았고 그 안이 어떤 상태인지 처음으로 확인했다. 약국에 가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던 셈이다. 올여름 코가 계속 괴로우시거든, 약을 사기 전에 필터부터 한번 열어 보시길 권한다.
참고: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알레르기 비염」,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알레르기 비염」,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건강매거진 「냉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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